미국 대입 이젠 에세이다! [조인스] 2007.11.12 (월)
미국 대학의 입시철이 다가왔다. 조기 전형(early decision·action)은 원서 접수가 시작됐고 일반 전형(regular decision)은 입학 지원서 접수 날짜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미국 명문대 입시에서 SAT 점수와 GPA(내신성적)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나머지 59%는 에세이, 활동(학교 동아리·봉사활동·인턴활동), 추천서, 인터뷰가 차지한다. 특히 에세이는 당락의 최대 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에세이의 성공·실패 사례를 통해 합격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컬럼비아대 합격한 조셉(가명·19)의 사례
“A Movado Monent”(모바도 순간)
842달러 플러스 70센트,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비싼 물건을 산 적은 처음이야.” 나는 돈을 치르며 흥분된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백화점 영업사원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스스로도 나와 이 고급 백화점은 전혀 어울리지 않음을 느끼지만 그 사실이 지금 이순간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당신의 시계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기를 바랍니다.” 영업사원은 짧게 미소를 짓고 물건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 쇼핑백 속 부드러운 가죽 박스를 열자 근사한 모바도 엘리로가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 시계는 아버지와 내가 3개월전 전시대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멋져 보였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었다. 시계를 가슴에 품고 댓바람에 집에 달려왔다. 오늘만큼은 아르바이트를 빼먹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들떠있었다. 돌아오자마자 식탁에 앉아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잠시 석달 전 쇼핑몰에서 생긴 아버지와의 일을 회상했다. 아버지는 전시대의 모바도 엘리로를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고 나는 강권하다시피해 아버지가 그 시계를 손목에 차보게 했다. 잔잔히 퍼지는 미소는 아버지가 그 시계를 간절히 원함을 웅변하고 있었다. 내게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미소…. 아버지는 점원에게 시곗값을 물어보셨다. 내 가슴 한구석이 찡해왔다. 아버지는 평생에 단 한번도 자신에게 사치를 허용하지 않았고 비싼 물건을 본인을 위해 사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795달러입니다. 물론 세금을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고요.” 순간의 무거운 좌절이 아버지의 미소를 덮었다. 아버지는 어색한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나는 이 손으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오. 내가 이 시계를 찬다면 몇시간 안돼 이 좋은 시계에 흠집을 낼 것 같은데요.” 말을 마치자마자 아버지는 손목에서 빛나던 시계를 풀고 매장에서 나왔다. 나는 철없는 행동을 후회하며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눈에서 낙담을 읽었고 또한 그의 마음 속 갈등을 짐작했다. 시계를 풀며 아버지가 말했던 전혀 설득력 없는 이유가 나를 슬프게 했다.
아버지는 한국 학교의 교장이다. 교장이 손으로 얼마나 힘든 노동을 하기에 좋은 시계를 찰 수 없단 말인가? 795달러, 석달동안 그 금액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최대한 절약하고 방학동안 일해 그 소중한 미소를 되찾아 드리기로 결심했다. 이 시계는 그간 내가 흘린 땀의 결정체다. “딸각” 소리와 함께 아버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아버지, 아버지” 를 외치며 뛰어나갔다. 나의 외침에 대답하기 전에 아버지의 손에 시계박스를 쥐어드렸다. 아버지는 박스 위에 써진 모.바.도 라는 세 글자를 즉시 알아보았다.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박스를 쥔 채 나를 바라보았다. “어서 열어보세요.” 나는 재촉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아버지는 박스를 열었고, 낯익은 시계에 시선을 고정하셨다. “아버지를 위해 제가 샀어요. 아버지 마음에 드시죠? 정말 마음에 드시는거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좀 더 다가가다 눈물을 참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기대했던 아버지의 소중한 미소는 볼 수 없었지만, 나는 그를 쏙 빼닮은 미소를 머금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다는 자부심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지난 석달은 새로운 경험들로 넘쳐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께 물질적인 선물을 해 드렸고 그의 눈물을 보았다. 유리창 틈새로 들어온 가을 공기는 나의 몸을 떨리게 했지만 기쁨으로 충만한 내 마음은 꿈속까지 포근하게 이어졌다.
잔잔한 감동…반전…
소재를 차별화 하라
합격 분석
첫째, 조셉의 에세이는 감동을 전한다. 자본주의·핵가족 시대 학생들은 이기적이고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소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는 주위에서 수백, 수천 달러 짜리 명품을 거리낌없이 사는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몇 달간 아르바이트해 모은 돈으로 고가 브랜드의 시계나 핸드백·구두 따위를 사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돼버렸다. 조셉은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오늘, 여느 청소년과의 차별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둘째, 반전이 있다. 세번째 단락까지는 에세이를 읽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거액의 모바도 시계를 아무렇지 않게 구입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빼먹는 행태는 막돼먹은 철부지로 비춰진다. 하지만 석달 전 아버지와의 일화를 회상하는 대목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반전은 감동을 배가시키는 중요 장치다.
셋째, 소재가 남다르다.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봉사활동을 통해 남을 도와준 점을 부각한다. 하지만 조셉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아버지에게 시계를 사드린 점을 잰체하지 않고 솔직히 전달했다. 컬럼비아대는 근처에 할렘가가 있어 어려운 이웃돕기 등 사회 참여를 매우 중요시한다. 방과후 활동으로 이웃돕기(Neighborhood Activity)가 있을 정도다. 입학사정관들은 에세이를 읽고 조셉의 사회 참여 가능성을 예상한 것이다. 평범한 듯하지만 조셉의 에세이는 감동과 반전이 있고, 소재도 차별화한 완벽한 에세이였다.
컬럼비아대 불합격한 제니(가명19)의 사례
“하품”
“하품”, 나의 주제는 주황색의 큰 글씨로 포스터에 확실히 명시돼 있다. 그것은 몇 주 동안의 노력의 산물이었고 다른 학생들의 주제에 비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날은 과학 박람회 심사의 밤이었다. 학교 강당은 심사위원들이 들어가기 전에 이미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은 잡담을 하며 그들의 작품에 심혈을 기울여 마지막 검토를 하고 있었다. 심사가 시작되기 몇 분 전, 나 역시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마무리를 했다. 혹시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로 내가 놓친 것이 있을까봐 세부적으로 검토하며 나의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어떤 실수도 없음을 확인하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드디어 심사위원들이 도착했다. 시끄럽던 강당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불안한 에너지와 섞인 공기는 긴장으로 다가왔고, 심사위원들은 세밀하게 그들의 심사를 시작했다. 우리에게 그들은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처럼 보였다. 그들은 눈에 불을 켜고 우리의 프로젝트를 면밀히 검사했다. 그들이 재빠르게 매기는 점수는 우리를 협박하는 것 같았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사람들은 단지 이 일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 우리는 매우 쉽게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우리 모두는 긴장했지만 그 긴장은 인터뷰 시간이 되었을 때 바로 시들어 버렸다. 잡담은 다시 시작되었고 심사위원들은 우리의 마지막 평가를 위해 한명씩 차례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처음보다 훨씬 침착해진 태도로 세 명의 심사위원들에게 나의 작품을 위해 준비한 짧은 연설을 시작했다. 나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나의 작품에 관한 그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했고 그들이 점수 매기는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불안한 감정이 나의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의 연구는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성의껏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하품을 주제로 선택한 것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품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나는 더욱 흥미를 더해갔고 나를 매혹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품 자체에 나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됐다. 나는 ‘하품’이라는 단어를 읽음으로써 정말로 반복적으로 하품이 나오는지 시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비록 반복적이고, 남몰래 연습하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겼지만 굉장히 재미있었다. 첫 시험 논제에 접근해 나는 친구에게 한 장의 종이를 넘겨주며 이것은 오직 과학을 위한 것이므로 읽어보라고 했다. 이후에 삼십 여명이 나의 가설을 뒷받침해주었고 나의 과학적 가설이 옳았음을 발견하곤 전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난관이 닥치면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씩 그것은 나의 시간을 아껴주고, 고민에서 나를 해방시켜주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 나는 때로는 좌절도 하고 때로는 연구와 결과에 흥미를 잃지 않고 가속도가 붙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고집은 결코 내가 보통 수준의 노력과 결과에 만족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침내 여러 토론 끝에 나의 점수가 결정됐다. 결과는 쇼킹할 만큼 좋게 나왔다. 나는 상을 두 개나 수상했다. 물론 기뻤지만 내가 느낀 이 만족과 함께 이 두 개의 수상은 나에게 좀 더 깊은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이 연구는 완벽하지 못했다. 내가 실험에 착수했던 다른 방법들과 고려되지 않았던 요소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지만 이 과학 박람회의 수상은 좀 더 깊은 연구와 지식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주었다. 나는 대학생활 동안 깊은 탐구를 통해 궁금한 모든 것을 연구하고 배우려 한다. 이상을 넘어 불가능을 개척해나가는 선구자가 될 것이다.
부자연스런 문맥…
글 쓴 의도 안 드러나
불합격 분석
제니는 고등학교 전교 2등의 내신성적, 높은 SAT 점수, 훌륭한 추천서, 고등학교 3년 내내 적극적인 활동 (스포츠·학교 동아리·지역 봉사활동·인턴쉽 등)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에세이가 결정적이었다.
첫째, 잘못된 소재의 선택이다. ‘하품’. 과학 박람회의 소재론 흥미로울 지 모르지만 대학 입학 에세이로선 지루한 내용이다. 비단 입학사정관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에세이는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하품을 연발하게 한다. 불합격은 당연한 귀결이다.
둘째, 문맥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단락 사이의 연결성이 결여돼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도대체 글 쓴 의도가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게 한다. 과학 박람회의 연구에 대한 글이라면 차라리 연구과정 중 무엇이 자신을 좌절하게 했는지, 어떠한 점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는지 쓰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제니의 글은 변변한 음식 하나 없는 뷔페 식당을 떠올리게 한다.
세번째, 업적에 대한 과대평가다. 마지막 단락은 과학자가 갖춰야 할 인성에 결함이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대학 4년 동안 불가능을 개척하는 선구자가 되겠다는 것은 지나친 자만심에 빠져 대학을 기만하는 느낌을 준다. 이는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않고 평생을 인내하며 연구에 전념해 온 과학자와 교수들을 무시하는 오만함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 에세이 어드바이스
민문기 대표 (Apex Ivy Consulting>
– 컬럼비아 대학 경영 공학 졸업
– 컬럼비아 대학 인터뷰 사정관
– 2003년 최초 MIT 교육 혁신상 수상
02-3444-6753~5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