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률 [조인스] 중앙일보 사회 2008.04.21 (월)
SAT 고득점 전략 바꿔라
2008학년도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입학률은 한마디로 ‘사상 최악’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지난해 9%, 올해는 7.1%라는 하버드 대학 역사 이래 최저의 입학률을 보였다. 민문기 에이팩스 아이비 대표는 “하버드 대학은 올해 2만 7462명이 지원, 지난 해 보다 지원자 수가 18%나 증가했는데 1948명만이 입학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비단 하버드 대학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 명문 대학 입학의 관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예일대학은 올해 2만 2813명의 학생들이 지원했고 이 중 1892명이 입학허가를 받았다. 예일대 입학률 8.3%는 지난해 9.6%보다 1.3%나 감소한 수치다. 최근 한국 학생들의 지원이 늘고 있는 컬럼비아 대학도 2006~2007년 10.4%에서 2007~2008년 8.7%로 입학률이 하락했다. 비교적 입학이 쉽다고 알려진 코넬대학도 올해 20.4%의 입학률(2005~2006년 24.7%)을 보여 입시경쟁이 갈수록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조기입학 전형도 합격률 감소
하버드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은 올해 조기 입학 전형을 폐지했다. 이 때문에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조기 입학 지원자 수가 급증했다. 올해 평균적으로 6~7%이상 늘어나 정시 입학보다 훨씬 더 경쟁이 심화됐다. 브라운 대학은 전체 2461명의 조기 지원자 중 555명을 조기 합격자로 선발했다. 지원자 수가 지난해 2307명에 비해 6%나 증가해 합격률이 감소했다. 컬럼비아 대학도 전체 2162명이 지원, 지난해 보다 6%나 조기지원자 수가 늘었다. 예일대학은 올해 조기 지원자 4888명 중 885명만이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조기지원자 수가 36%나 증가했는데 전체 입학생 중 조기입학생 수는 오히려 줄었다.
출산율 및 학생당 지원대학 증가가 원인
왜 그럴까? 1차적인 이유는 베이비 부머 시대의 출산율 증가로 매년 미국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가 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베이비 부머 자녀들의 인구가 최대치를 기록한 해다. 페르마에듀 해외사업본부장은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 증가까지 겹쳐 향후 5년 동안 미국 고등학교의 졸업생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비리그 지원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외국 학생들의 지원도 늘고 있어 경쟁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우리나라만 해도 민족사관고나 대원외고 등 특목고 학생들의 아이비리그 진학 열기가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 학생 당 제출하는 지원서가 급증한 것도 경쟁률이 높아지게 된 원인이다. 2000년도에
학생 1인당 대학 지원서의 숫자는 5.3장. 이에 비해 2006년의 경우 9.4장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온라인을 통한 대학 지원서 제출이 보편화되고 전문 컨설팅 기관이 증가한 것 또한 무시못할 이유다. 민 대표는 “미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들 역시 예상치 못한 대학 입학률의 급감으로 인해 매우 당황해 하고 충격 속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최대한 학생들을 받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워낙 지원자 수가 많아지다 보니 입학률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올해 편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학생 수가 넘쳐 수용할 기숙사가 모자르기 때문이었다.
미국 명문대 입학을 위한 인식의 전환 필요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률의 감소는 아이비리그 대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 밖의 주요 명문 사립대학들(B-level 대학)들과 주립대학에까지 영향을 미쳐 다른 대학 역시 입학이 어려워졌다. 아이비리그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안전장치로 20~30위권 대학까지 동시에 지원한다. 20위권의 사립학교가 목표인 학생들은 주립대학에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민 대표는 “예전에는 GPA와 SAT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던 주립 대학조차 요즘엔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어 성적 이상으로 인성평가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학생선발기준을 강화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학생들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SAT나 AP 고득점만으로 갈 수 있는 대학들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한 미국 명문 대학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은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