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x Ivy 대표 Alex Min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들에게 어떤 전공을 권하는 게 좋을지 묻는 부모들이 많다. 자녀의 적성과 희망을 고려해서 선택하라거나, 자녀와 깊은 대화를 통해 스스로 전공을 고르도록 하라고 얘기하면 대부분 난감해 한다. 이런 분들에게는 유엔이 2015년 발간한 보고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유엔의 홈페이지(https://sustainabledevelopment.un.org)에서 보고서를 간단히 다운받을 수 있다. 보고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협력해서 빈곤을 퇴치하고 불평등을 줄이면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해양과 산림을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SDG 달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의 대학들과 기업들도 유엔의 SDG가 제시한 목표를 학생들과 종업원들이 성취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버드대학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SDG를 위한 지지’는 민간과 재계가 어떻게 정책과 태도, 습관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산하 국제간호연대는 SDG와 건강이라는 주제를 별도로 다루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모든 상위권 대학들은 유엔의 SDG에 호응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를 쫓아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전공을 권할 때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포괄적인 발전의 공통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쓴다. 고령화가 진행되니 보건산업이 부상할 테고 그래서 의약 분야가 유리한 전공이 될 것이라는 식이다. 인문계 성향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사회학이나 경제학을 배우라고 권유한다. 또 많은 사람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부상하니 컴퓨터공학이 가장 중요한 학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자공학도 여전히 중요한 학문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전 세계 주요 싱크탱크들과 각국 정부들의 예측은 다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와 주요 대학의 미래학자들이 실제 생각하는 것과도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 노동통계청은 2030년까지 전자공학이나 전기공학과 관련된 산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SDG의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단어가 환경을 의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SDG는 17개 세부 목표로 구성돼 있다. 개별 세부 목표는 문제해결의 영감을 주는 구성요소들의 목록으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라는 항목을 보면 도시 빈민가 재개발과 저소득층 주택 문제부터 공공시설 확충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비한 예산 확보까지 10가지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부·기업·대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녀들이 영향력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교육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런 소명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1차 산업혁명 시절 생산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와 새로운 직업도 늘어났다.
우리는 1차 산업혁명과 함께 경제적 혁명을 경험했다. 경제적 혁명은 돈의 이동과 회계, 교역과 발행방법까지 크게 바꿔 놓았다. 그 결과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업이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은 또 다른 사회적 혁명을 몰고 올 것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상위권 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사회적 혁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낡은 관행을 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과 과학 윤리 영역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기업과 과학이 다가오는 새로운 세계에서도 번성하려면 진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은 미래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로 학생들을 길러낼 수 있어야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MBA 같은 전통적인 기업 경영을 가르치는 학위과정은 점점 매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대신 기술경영과 관련된 전공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과학실험실의 연구원들은 초정밀과 속도, 내구성으로 무장된 자동화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계화된 연구실은 사회경제학을 이해하는 과학자들이 이끌고 가게 될 것이다.
Alex Min (에이펙스 아이비 컨설팅 대표)